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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135th 2008. 1. 10. 22:45
린 시절 열 평 남짓한 조그만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그 집에 사는동안 옆집은 몇번씩 가정이 바뀌었는데, 한 번은 신혼부부가 이사를 왔습니다. 예쁘장하게 생긴 아줌마와 젊은 신랑아저씨였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그 아줌마랑 친하게 지낸 것이 계기가 되어 두 가정이 꽤 친하게 지낸 듯 합니다. 저희 집이 비게 되면 옆집에 가서 간식을 얻어먹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오시는 눈높이수학 선생님이 저희 집이 아닌 옆집에 들어오셔서 수업을 해주시기도 했으니까요. 크리스마스 땐 두 가정이 오손도손 모여서 조그만 케익을 자르고 담소를 나누곤 했었지요.

지금은 그러한 일들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케익을 자르기는 커녕 얼굴을 마주쳐도 인사나 주고 받을까 말까 한 정도이니까요.

한 번은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10시쯤 되어서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한 처자가 계단을 따라 내려옵니다. 우리 통로에 저런 '자매'스러운 분이 살고 있나 생각하며 집을 나섰습니다. 지하철 출발시간에 늦을까봐 조마조마하며 걷고 있는데 그 분도 지하철을 타시려는지 왠지 종종걸음이더군요. 전 그 자매를 뒤로하고 얼른 지하철역으로 들어갔습니다. 1번칸에 타야 빨리 갈아탈 수 있어서 그 날도 역시 1-1 바로 앞 자리에 앉습니다. 꾸벅꾸벅 졸며 지하철을 갈아탑니다. 학교에 내릴땐 역시 5번칸이지 하며 5-3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음.. 한정거장 정도 남았나 하며 일어서려고 하는데 왠걸!! 그 처자도 같은 칸에 타고 있는겁니다. 이런 놀랄 노자가 있나라고 하며 전공서적을 보니.. 흠.. 경영쪽인가보군,, 학번을 보니.. 흠.. 나보다 어리군.. 그리고는 끝이었습니다. 지하철을 내리며 속으로 빠이빠이를 했지요.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해졌고 같은 통로 같은 아파트라는 공동체의 개념이 상실된 그런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까요? 다들 너무 바빠서 그런 걸까요? 통로에서 마주쳐도 인사조차 어색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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